콩크에 종종 외국인 디자이너분들도 방문한다. 다른 국가에서 방문한 디자이너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 원래 본인이 있던 도시의 자재 라이브러리에서 보는 브랜드들을 콩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편했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브랜드의 소재들을 익숙하게 쓰고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소재도 동시대적이고 글로벌 해지니까. 불편함이 없도록 더 글로벌한 소재 서칭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쯤 일본에서 한 디자이너 분이 방문해 주셨다. 콩크가 한국의 자재 라이브러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재료를 보러 왔다고 전했다. 또박또박 적어 내려가는 한글로 한국의 회반죽, 종이, 전돌, 목재를 요청했는데, 놀랍게도 콩크에 단 한 가지도 있는 것이 없었다.
이번 전통 소재에 대한 전시는 이런 부끄러움에서 출발했다. 최소한 한국적인, 전통의 소재가 무엇인지 우리가 알고 있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것이다. 준비하다 보니 전통 소재는 과거란 카테고리에 갇혀 있기엔 바다 밑에 잠긴 보물상자처럼 아까웠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느라 힘든 이 시대의 디자이너들에게 전통이 새로운 방향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공부하면 할수록 현장에서 적용해볼 만한 소재와 컨텐츠들이 보였다. 전통을 영민하게 현대화 시켜 디자인한 스튜디오와 작업도 이미 많이 있었다.
콩크의 이번 기획이 전통 소재에 대한 완벽한 총정리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전통을 모티브로 언젠가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막연한 마음을 현실로 가져와 한 발 뗀 수준이다. 우리와 같은 마음의 디자이너분들에게 콩크의 작은 기획이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하여 빛바랜 바다 밑 보물상자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있는 보물섬의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
전통의 색, 천연 안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