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
목조건물이나 목가구를 보면 금속장식이 있다. 건물이나 가구의 기능을 보강하고 장식적 효과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문고리나 경첩, 자물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장식을 총칭해 장석이라고 한다. 두석장이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한 황동 혹은 놋쇠를 망치로 두들겨 장석물을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전통 공예 중에서 계승자가 많지 않아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두석이다. 옛 기록을 찾아보면 두석은 동을 주성분으로 ‘왜연(아연)’을 융합시켜 불순물을 제거해 만든 일종의 동합금 소재다. 동에 아연을 합금하면 순수한 동보다 주조하기 쉬워진다. 넓게 펴고 길게 늘여서 얇은 박이나 사로 만들어 쓸 수 있다. 이렇게 다루기 쉬울뿐더러 금이나 은보다 저렴하고 금처럼 누런빛을 띄는 두석은 주로 목가구의 부속품이나 장식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장석의 특징
무쇠장석은 힘을 많이 받는 반닫이, 책장, 찬장 등에서 두껍고 커다란 형태로 사용되었는데, 소나무와 오동나무에 잘 어울리며 검소한 질감으로 인해 사랑방가구에 널리 이용되었다. 주석장석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구리, 주석, 백동, 시우쇠를 합하여 만든다. 배합 비율에 따라 성질과 색깔이 달라지며 비교적 연질이어서 자유롭게 오려낼 수 있고 음각, 양각, 투각이 용이하다. 여성용 가구에애용되었으며 단순한 형태로 제작해 사랑방가구에도 이용했다.
백동장석은 나뭇결보다 금속장석에 치우치던 20세기 초의 가구에 성행했으며, 음각, 양각, 투각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작했는데 깨끗하고 단아한 멋을 낸다.
또 각 지방마다 특성을 보이는데, 경기도 지방 목가구에는 둥글거나 네모난 단순한 형태의 기능적인 장석이 사용되고, 경상도 지방에서는 꽃과 새, 동물 문양으로 장식적인 면이 강조되며, 전라도 지방에서는 묵직하고 안정된 장석들이 사용되었다.
분류
경첩
대칭이 되는 두 개의 금속판 기둥축을 중심으로 서로 맞물리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장치를 경첩이라 한다. 경첩은 문판을 몸체에 잇대어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로 여닫이문에 꼭 필요한 장치이다. 경첩은 큰 가구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어 다른 어떤 것보다 완벽한 기능이 요구된다.
들쇠
목공품의 위판이나 큰 가구류의 좌우 옆널에 부착되어 손으로 잡아서 들어 올리거나 서랍이나 문짝에 부착되어 잡아당길 수 있도록 장치된 손잡이를 들쇠라고 한다. 들쇠란 들어 올린다는 기능에서 명칭되었으리라고 보며 역시 장식성보다 기능적인 역할이 중요하므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기물의 좌우에 부착된 경우가 많다. 들거나 잡아당기는 기능에서 볼 때 대체로 고리는 작은 손잡이고, 들쇠는 좀 더 큰 손잡이라고 할 수 있다.
고리
고리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된 장석의 형태로서 철기시대 이후 각종 기물에 부착되어 왔다. 환봉이나 각봉 등의 금속재를 구부려 만든 작은 손잡이를 고리라고 한다. 고리는 기본적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으면서 큰 대문, 분합문, 창문, 각종 서랍, 목가구의 여닫이문의 자물쇠 앞바탕 위에 매달려지며 개폐 기능의 자연스런 형태로 고안되어 쓰여지고 있다.
앞바탕
대체로 여닫이문에 있어 여닫는 손잡이와 자물쇠가 부착되어 있는 바탕이 되는 금속판을 말한다. 앞바탕은 목물의 몸판에 부착되어 고리나 자물쇠 등이 붙고,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보조, 보강하는 구실을 한다. 일반적으로 대롱 자물쇠가 달리는 자물쇠 앞바탕이 대대부분이다.
뻗침대
위아래로 여닫는 목물의 중앙에 붙어 있는 긴 막대형의 금속을 말한다. 함이나 궤, 반닫이 등의 뚜껑이나 위판에 붙어 몸판과 연결되며 여닫을 때 들쇠의 기능과 함께 자물통을 끼울 수 있도록 보조 역할도 한다.
광두정
못의 일종으로 시각적인 장식성과 구조적 기능의 보강 역할을 하는 장석이다. 장식적인 광두정은 일반적으로 반닫이의 전면에 부착되며 형태나 크기에 따른 공간 구성을 고려하여 입체적으로 장식되고 있다. 이는 평면을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만들고, 목가구 장석의 완성된 목공품에 있어 못자국이나 흠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
감잡이
목가구에 있어 구조상의 접합 부분이나 모서리 부분의 보강을 위하여 부착시키는 장석을 감잡이라 부른다. 감잡이는 판과 기둥, 기둥과 기둥, 판과 판 등 짜임이나 접합 부위를 양면으로 튼튼히 잡아 기능의 보강을 하고 있다.
귀잡이
목공물의 모서리가 되는 부위 곧 귀 부분에 대는 장석으로 목재의 취약성 및 구조적 보강을 위하여 부착된다. 감잡이는 ㄱ자형, ㄴ자형 등 입체적으로 목물의 구조를 보강하는 데 비하여 귀잡이는 평면적으로 부착된다.
통귀쌈
목공물에서 3면이 모이는 귀퉁이 부분을 통째로 감싸 주는 장석으로 모서리에 고깔을 씌운 것 같다 하여 일명 고깔 장식, 또는 귀싸개 장식이라 부른다. 이는 외부의 물체가 목가구에 직접 닿거나 닿기 쉬움을 방지하여 전체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보강 조치 장식을 겸하므로 입체적을으로 제작되었다. 대체로 3면이 펼친 그림으로 재단되어 한 면을 땜으로 고정시켰다.
자물쇠
귀중품을 보관하고 비밀을 유지하고자 하는 용도로 고안해 낸 장석의 일종이다. 이는 여닫게 되어 있는 목물의 구조 부위에 채워지거나 부착되어 열쇠로 열도록 한 구조를 지니게 된다. 지방에 따라 자물통, 쇠통, 소통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열쇠는 열대, 개금, 건 등으로도 부른다. 작은 함에서부터 장, 농, 책장, 뒤주, 곳간 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고안되어 제작되었으며 사용 방법 또한 여러 가지이다.
장석의 주요 재료
철장석
철은 탄소의 함량이나 가공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의 시우쇠
주석 장석
장석재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동합금의 재료를 일컫는다. 동은 철과 함께 많이 사용되는 금속이며 알루미늄과 더불어 비철 금속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그금속의 하나로서 여러 금속과 합금되어 사용된다.
백동 장석
백동은 구리와 니켈의 합금인데 가끔 아연을 섞을 때도 있다. 그래서 원래는 구리와 비소를 섞어 제련한 것으로, 구리의 붉은빛을 없애고 은빛이 돌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장석의 주요 기법
단금 기법
용융된 도가니 속의 금속물을 골판에 부어 일정 크기의 긴 쇠가닥으로 만든 다음 쇠가닥을 모루에 놓고 두드려서 원하는 형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일컫는다.
판금 기법
판금법이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든 금속판을 가지고 자르거나 휘거나 접거나 또는 땜으로 접합시켜 원하는 형을 만드는 작업이다. 대부분의 자물쇠 제작과 장식 장석의 제작일을 제외하곤 거의 평판에서의 기본 공정을 통하여 완성되므로 판금법이 장석의 주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조금 기법
판금 작업만으로 완성되는 장석도 많이 있으나 대부분은 판금 작업을 거친 뒤 각종 정을 이용하여 표면을 장식함으로써 마무리짓게 된다. 이러한 표면 장식 기법을 조금 기법이라 부른다.
두석장 박문열
박문열 장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 두석장 보유자다. 박 보유자는 농장석, 궤장석, 의걸이장석, 벼락닫이장석, 모반장석, 전통장석 등의 각종 장석과 자물쇠를 만든다. 나비, 박쥐, 물고기, 새, 식물, 십장생, 문자(回·亞·福·壽·乙자), 만(卍)자 등 장석의 문양도 직접 정을 쪼아 만든다.
특히 비밀자물쇠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박 보유자는 1993년 전승공예대전에서 7단 비밀자물쇠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으며 공예업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 7월 22일 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 두석장 보유자로 인정됐다.
두석장 김극천
통영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김극천 선생의 집안은 4대째 대대로 두석의 일을 하고 있다. 증조부인 김보익 선생은 대한제국 시대 때 군인이었으나 나라가 망하면서 두석장으로 전업하였으며 통영에 정착하였다. 그 후 할아버지인 김춘국 선생이 가업을 이어서 뛰어난 두석장이 되었으며, 아버지인 김덕용 대에 마침내 그 기능을 인정받아 1980년 국가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가 되었다.
김극천 선생의 공방에는 벽마다 여러 모양의 장석과 방바닥에는 망치, 줄, 정 등 두석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다양한 연장들이 널려 있다. 2~3천여 종이나 되는 나비, 태극, 박쥐 등의 장석이 있다. 특히 나비장석은 두석장 대대로 손꼽는 통영의 대표적 명물로 알려져 있다. 장인의 숨결이 배어있는 이들 장석들은 가구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지만, 전통가구의 기능과 조형미를 완성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은 공예를 전공한 선생의 아들(김진환)이 대를 이어 5대째 장석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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