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전통가구 – 짜임, 목재

한국가구의 역사는 조선시대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그 이전의 가구 유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가구의 역사-조숙경 지음-에서 선사시대부터 우리나라의 가구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이 목재로 만들어져 전해지는 유물이 많지 않고, 많은 전쟁으로 인해 조선시대의 유물들도 사라졌다. 현대의 입식 문화를 기반으로 서양의 가구가 익숙하지만, 찾아보면 우리 가구에 대한 자료들도 상당하다. 볼수록 단아한 가구의 선과 비례는 전통으로만 치부하기에 아깝다. 어떤 목재 수종을 사용했고, 어떤 방식으로 제작을 했는지, 전시를 준비하며 재밌게 봤던 가구들은 무엇인지 적어보려고 한다.

전통가구의 특징

조선시대 가구는 남성 사대부 중심의 문화였다. 소목장도 남성이었고 가구에 들어갈 장식모양도 집안의 가장인 사대부의 취향에 따랐다. 금속 장식도 상징적 의미로 제작했다. 원형은 하늘, 사각형은 땅, 나비는 남자, 꽃은 여자를 뜻한다.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는 조선이었기에, 사랑방과 안방의 가구에 남자와 여자의 상징을 반대로 치환하여 넣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가구는 온돌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방에 불을 때면 바닥은 따뜻하나 위풍이 심해서 천정을 낮추어 이를 보완하였다. 따라서 가구의 높이도 낮으며, 좁은 공간이 답답하지 않도록 뻥 뚫린 사방탁자나 작은 서안을 사용하는 등 대부분의 가구 크기가 작다. 한편, 가구의 높이가 집주인 의 키보다 높으면 기를 누를 수 있다고 여겨 장의 높이는 주인의 키보다 낮게 제작했다. 사방탁자같이 사방이 뚫린 가구는 예외로 두었다.

전통 목재

한국의 지형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기온의 차가 심하고 대부분 산지로 되어 있고, 산에 자라는 나무는 수종이 1000종이 넘는다. 이 중 가구의 목재로 쓰는 것이 100여 종이다. 용도에 따라 적기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재목을 구하기 쉬워 우리 조상들은 작은 소반을 하나 만들 때도 나무 성질에 따라 여러 종의 나무를 섞어서 썼다. 무늬가 아름다운 먹감나무는 앞판의 장식재로 사용하고 튼튼해야 하는 골조는 소나무를 사용하는 식이이다.

전통 목가구는 나무 본래의 나뭇결을 살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조선 시대 목가구를 보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어 있다. 먹감나무, 느티나무, 참죽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좌우대칭으로 구성함으로써 조화를 이루고 화려한 장식을 대신했다. 이런 좌우대칭, 선과 면 분할의 비례 감각은 가구 뿐만 아니라 한옥에서도 살펴볼 수 있으며, 전통 미의식을 잘 표현해준다.

나무의 종류

소나무

한옥의 기둥에서부터 실내 가구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수종으로 수축팽창의 변화가 별로 없고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되어 있다. 나뭇결이 고우며 기름칠 없이 걸레질만 해도 윤기가 나고, 시각은 물론 촉감도 부드럽고 안정되어 보인다. 이로써 검소한 선비 취향에 잘 맞아 서안, 연상, 서류함 등 문방가구에 애용되었다.

소나무
소나무
나무신문

오동나무

습기에 약한 물품들을 보관하는 데는 오동나무가 제격인데 이는 특수한 섬유질로 인해 건습 조절이 용이하고 판재를 얇게 켜도 터지지 않고 가볍기 때문이다. 무게가 가벼워서 서랍재로도 많이 쓰였다. 또 불에 그을리면 색상이 어두워져 묵직한 느낌으로 연출 가능해 다양하게 쓰였다.

결혼 때 새살림의 장과 농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어 혼수목이라고도 했다고. 오동나무는 15년이면 가구 하나 만들만큼 자라기 때문에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부터 심어 시집 보낼 때 함이나 가구를 짜서 보냈다고 한다.

오동나무
오동나무
미즈우드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동네 어귀나 쉼터에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정자목으로 수명이 길며 높고 굵게 잘 자라는 나무이다. 조선 시대양반은 느티나무로 지은 집에 느티나무 가구를 놓고 살다가 느티나무 관에 실려 저승으로 갔다. 느티나무가 가졌던 목재로서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 또한 느티나무였다. 설날이나 정월 대보름에 느티나무 아래서 마을 사람들은 건강과 장수, 풍년을 기원했다. 느티나무는 역한 향이 있어서 벌레나 쥐가 안 들었다. 때문에 뒤주같은 부엌가구로 많이 쓰였다.

느티나무
느티나무
나무신문

단풍나무

색이 밝고 눈매가 곱고 단단하며 윤기가 난다. 나뭇결의 특이한 조직은 편광효과를 보여 보는 각도에 따라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옹이나 뿌리 근처의 목리는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아름다운 목리를 갖고 있어 장과 농의 복판재와 서류함에 사용된다. 판재로도 널리 쓰인다.

단풍나무
단풍나무
나무신문

물푸레나무

나뭇결이 아름다워 느티나무 목리와 비슷해 보이며 색이 밝다. 옹이 부분은 용목과 같이 목리가 아름다워 장, 농의 앞판재와 서류함의 판재로 쓰이며 넓은 판재로도 사용한다.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나무신문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비교적 넓은 판재를 구할 수 있으며 얇은 판재를 사용해도 터지거나 휘지 않아 소반 제작에 많이 쓰였다. 또 탄력이 있어 흠이 잘 생기지 않고, 좀이나 벌레가 쓸지 않으며, 가벼워서 운반에도 편리하므로 예로부터 소반의 재질로 널리 이용되었다. 눈매가 곱고 탄력이 있어 다양한 기법의 조각재로 적당하여 장과 농, 가마, 좌경 등의 판재로도 사용되었다.

은행나무
은행나무
나무신문

감나무

단단한 감나무에 자연적인 검은 먹이 들어 있는 먹감나무는 홀로 쓸 때는 무르고 약하지만, 독특한 무늬 때문에 현대의 무늬목과 같은 역할을 했다. 몸통에 들어가기보다는 앞판에 장식용으로 자주 쓰였다. 궤처럼 넓고 두꺼운 판재를 사개물림하여 사용할 때는 무리가 없으나 얇게 사용하면 쉽게 비틀어지거나 터지기 때문에 변화가 별로 없는 소나무와 오동나무 판재를 뒷면에 엇갈리게 붙여 부판으로 제작한 후 사용한다.

먹감나무
먹감나무행복

먹감나무 쓰임 예시

먹감나무 앞판 이층장
먹감나무 앞판 이층장
죽산 목공소
먹감나무 보관함
먹감나무 보관함
죽산 목공소
19세기 문갑 먹감나무
19세기 문갑 먹감나무
케이옥션

참죽나무

참죽나무는 굵은 선의 나뭇결이 느티나무와 닮아 곱게 보인다. 또한 느티나무에 비하여 뒤틀림이 별로 없고 큰 힘을 견딜 수 있어 책장, 탁자, 문갑 등 비교적 힘을 많이 받는 가구의 기둥과 쇠목, 문변자 등의 골재로 사용되며 특히 붉은색을 띄고 있어 목리가 돋보이는 검은 오동 판재와 잘 어울린다.

참죽나무
참죽나무
나무신문

짜맞춤

짜맞춤은 목가구를 제작할 때 목재와 목재를 조립하는 방법으로 짜임이라고도 한다. 금속 나사나 못을 사용하지 않던 전통 목가구 제작에서는 짜맞춤과 이음 기법이 가구의 기능과 모양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못과 나사를 이용하지 않고 순수 결합만으로 가구를 짜는 전통 목공예 기법이다. 습도에 따라 체적 변화가 생기는 목재의 물성을 제어하기 위해 생긴 기법이다. 특히 한옥에서 빛을 발하는데, 한옥을 축소해 놓은 것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뒤주를 보면 짜임의 정수를 볼 수 있다.

전해오는 유물에 비추어, 조선시대의 가구에 사용된 짜맞춤의 종류는 맞짜임, 장부짜임, 턱짜임, 연귀짜임, 사개물림 등을으로 다양하며 가구의 구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짜맞춤의 명칭은 목재와 목재가 조립되는 모습에서 따온 것이 많다.

사괘물림

사괘맞춤이라고도 하며, 두 개의 판재에 있는 요철모양이 손깍지를 끼듯이 결합되는 것으로 견고성이 뛰어나며 외관이 아름답다. 함, 뒤주, 반닫이 같은 상자 형태의 가구 모서리에 주로 사용되었다. 구조적으로 한옥의 기둥과 보를 연결하는 방법과 같아서 사괘물림 방식으로 제작하는 뒤주를 작은 한옥이라고도 한다.

사괘물림
사괘물림
목림공방
사괘물림
사괘물림
목림공방

연귀짜임

연귀는 제비촉이라고도 하며 목재와 목재가 결합하여 목재의 마구리 모습이 보이지 않게 45도 각도의 사선으로 짜이는 것을 말한다. 모양이 아름다워 가구, 액자, 창호의 모서리에 사용되나 제작이 까다롭다. 겉모습은 같으나 숨은 부분의 짜임 구조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연귀촉짜임
연귀촉짜임
아임우드
연귀촉짜임
연귀촉짜임
아임우드

제비초리맞춤

연귀촉을 제비초리모양으로 뾰족하게 다듬어 만든 것을 '제비초리맞춤'이라 한다. 삼방연귀나 이방연귀 같은 연귀짜임으로 제작되는 대표적인 전통 가구가 사방탁자이다. 이 밖에도 짜임 기법은 널리 알려진 것만 해도 70여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다. 못이나 나사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3배 이상 견고하면서 보기에도 아름답다.

제비초리 연귀짜임법
제비초리 연귀짜임법
아임우드
제비초리 연귀짜임법
제비초리 연귀짜임법
아임우드

주먹장짜임

가장 일반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짜맞춤의 대표적인 짜임 형태. 촉의 생긴 모양이 ‘주먹’과 같다고 해서 주먹장이라고 불린다. 밖으로는 넓어지고 안으로 좁아지는 형태로 물려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겨도 쉽게 빠지지 않아 다른 장부촉보다 견고한 것이 장점이다.

반턱주먹장짜임
반턱주먹장짜임
한짜임목공방
주먹장짜임으로 만들어진 서랍
주먹장짜임으로 만들어진 서랍
우리들 공방

주목할만한 가구

사방탁자

ㄱ사방이 뚫려 있고 층널로만 구성된 가구를 사방탁자라 부른다. 탁자는 가느다란 골재와 층널 그리고 쾌적한 비례로 짜여 이있어 비교적 좁은 한옥 공간에서도 시각적 공간적 부담이 없다. 또 문방완상품을 올려놓고 장식하는 사랑방의 실용적 가구로서 그 기능이 뛰어나다.

네 개의 층은 올려놓은 기물의 크기와 시각적 효과를 고려해 진열 위치를 선택할 수 있어 효율성이 크다. 즉 하층에는 조금 크고 중후한 수석이나 여러 권의 책을, 상층에느는 비교적 작고 경쾌한 소품들을 올려놓는다. 시각적인 안정과 정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해 중간층을 비워서 여백의 미를 얻기도 했다.

사방탁자
사방탁자
국립중앙박물관

반닫이

반쪽을 여닫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의복, 책, 두루마리, 제기 등 다양한 종류의 기물을 보관하고, 천판에는 항아리나 기타 소품을 올려놓거나 이불을 쌓기도 하는 다목적 가구이다. 반닫이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사용되었고 지방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반닫이의 크기, 폭과 높이의 비례, 목재질, 구조, 그리고 금속장석의 형태에 따라 지방색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다.

박천반닫이가 숭숭이반닫이라고도 불리며 유명하다. 한국 목가구는 자연적인 나무의 질감을 강조하는 데 반해 평안도 박천 지방 반닫이는 독특한 금속장석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무쇠판에 날카로운 징으로 만자, 아자, 수자, 화문과 기타 기하학적인 연속문양을 정교하게 투각하여 전면을 가득 채워 기능적이면서도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석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하여 숭숭이 반닫이라고도 부른다. 장식적인 금속장석이 돋보이도록 나뭇결이 없는 피나무 판재를 주로 이용한다.

옻칠시우쇠 숭숭이 장석 및 반닫이, 박문열
옻칠시우쇠 숭숭이 장석 및 반닫이, 박문열
한국문화재재단
나주반닫이
나주반닫이
케이옥션

좌등

석유가 보급된 19세기 말 이전에는 초나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여 불을 밝혔는데 이 때 사용된 등기구로 촛대, 등잔걸이, 좌등 등이 있다. 좌등은 내부에 초나 등을 넣어 방 한 편에 놓여진 등기구이다. 따라서 한 곳을 집중적으로 비추는 등잔이나 촛대와는 달리 실내 전체를 은은하게 밝히는 데 사용되었다. 좀 더 넓고 멀리 비추기 위해 등의 창을 높이고 길게 함에 따라 견고한 기둥과 천판 그리고 머름간이 필요하게 된다.

좌등
골재를 가늘게 제작하여 빛의 발산을 도왔으며, 정교한 조각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좌등의 전면에는 ‘아(亞)’자형 문살을, 뒷면에는 기하문을 장식했으며, 창호 주변의 테두리에는 긴 여백을 두어 가느다란 당초문을 투각으로 장식했다. 내부에는 목판형의 불판이 내장되어 있으며 호두나무로 제작되었다.
서울옥션
좌등
지붕처럼 기울어진 천판에 칠보무늬를 투각하여 장식과 함께 환기 기능을 겸하도록 하였고, 옮길 때 편리하도록 ㄷ자형 손잡이를 달았다. 다리는 S자 형태의 호족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책함

한국 전통 가구의 실용성과 디자인 감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가구. 책 사이즈에 따라 책함을 맞췄기 때문에 책함의 크기가 각기 달랐다. 안에 무슨 책을 넣었는지 전부 표시해두었으며, 당시 책은 한번 펼칠 때마다 먼지가 많이 나서 책 한권을 빼지 않고 책함 하나를 통째로 들어서 보다가 다 보면 제자리에 두는 식이었다. 때문에 책함의 문이 그냥 열리지 않고 끼웠다 빼는 구조로 열리고 거꾸로 들어도 쏟아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책함은 대개 가볍고 좀먹지 않으며 습기가 차지 않는 오동나무로 제작했다. 위로, 옆으로 쌓으면서 책 종류에 따라 진열하는 책장과 책을 담아서 옮기는 보관함의 역할을 겸했다.

책함
브래드 피트가 탐낸 책함. 한국가구박물관에 전시된 오동나무 책함. 방 구조에 맞춰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도록 한 모던한 디자인에 브래드 피트도 구매하고 싶어했다고.
한국가구박물관

고비

생각할 고에 갖출 비를 써서 생각들을 갖춰놓는 가구라는 뜻의 고비. 방이나 마루의 벽에 걸어놓고 편지나 간단한 종이말이 같은 것을 꽂아두는 실내용 세간이다. 일종의 편지함이라 볼 수 있다. 간단하게는 종이로 주머니나 상자모양을 만들거나, 종이띠를 멜빵 모양이나 X자형으로 벽에 붙여서 쓴 소박한 형태도 있었다. 등판과 앞판 사이를 6-9cm쯤 떼어 2-3단 가로질러 놓음으로써 편지를 넣어두기에 알맞도록 했다.

고비
고비
서울역사박물관
고비
고비
서울역사박물관
고비
고비
서울역사박물관
장석